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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부러진 구두의 추억

꿈꾸는잠팅이 2010. 9. 9. 02:14

쌓여있던 사진 폴더를 정리하다가 슬픈 추억(?)이 담긴 사진 몇 장을 발견했네요.
올 봄...그러니까 지난 4월입니다. 당시 대학원 마지막 학기 수업을 듣던 저는 매주 월요일에 학교를 가야 했는데, 무거운 책과 노트북을 들고 다니느라 되도록이면 편한 복장으로 가곤 했습니다. 옷도 그렇고, 특히 신발은 되도록이면 운동화를 신으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날씨가 너~무 좋은거예요. 왠지 예쁜 옷 입고, 봄 분위기 내면서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 내어 학교 가는건 학생일때 학교 가는 것 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약간은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 하는 느낌이랄까..아무튼 그래서 그날 치마도 입고, 구두도 신었어요^^ 

쉬는 시간에 복도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휘청 하면서 한쪽으로 쏠리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제가 몸에 갑자기 중심을 잃어서 기우뚱 한 것인줄로만 알았죠. 그런데 한 걸음 옮기는데 또 휘청~ 이게 도대체 무슨 일?? 빈혈????
.... 이 아니라,

맙소사 ㅠ.ㅠ 구두 한 쪽이 똑 부러져있었어요 ㅠㅠ  
어디 걸려서 넘어진것도 아니고, 
구멍에 구두 뒤축이 빠진 것도 아니고, 
뛰다가 벗겨져서 차에 깔린 것도 아니고, 
그냥 서 있었을 뿐인데!!! 이렇게 부러지는게 말이 되나요;
제가 뭐 그리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ㅠㅠ

그 날 대학원 사무실에서 스카치테잎 빌려 구두 뒷굽을 똘똘 말아서 응급조치를 하고는, 집에 올때까지 절뚝거리면서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하도 어이가 없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집에 와서 사진을 찍어 놓았었죠. 그리고서는 별 생각없이 구두 샀던 곳에 가서 수선을 맡기고 일주일쯤 후에 수선비 몇천원을 주고 찾아왔었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수선비를 낼 것이 아니라, 구두 매장에 항의를 해도 부족할 일이었네요. 산지 일년이 채 안된 구두였거든요. 세상을 너무 착하게 사는건 결코 좋은것만은 아닌것 같아요-_-; 다행히 수선 맡기러 갔을 때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셨어서 지금도 그렇게 억울한 맘까지는 안들긴 합니다만..


여튼, 신데렐라는 12시 종이 울리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뛰다가 구두 한 짝을 잃어버리고선, 그 잃어버린 구두 때문에 멋진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다던데..^^ 구두가 부러졌던 그 날, 다시 생각해보니 왕자님은 못만났지만 같이 수업 듣는 분이 집앞까지 차도 태워주시고 저녁도 사주셨었어요.

다음번에는 아예 한 짝을 어딘가에 떨궈볼까..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