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이야기

속초, 무박2일의 짧고 굵었던 여행 본문

내가 사는 이야기

속초, 무박2일의 짧고 굵었던 여행

꿈꾸는잠팅이 2010. 8. 27. 03:50
8월하고도 21일. 여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여름이 다 가버렸다는 아쉬움이 굳이 아니어도 늘 그리운 곳이 바다가 아닌가. 게다가 그 날은 날씨도 너무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10월에 있을 International Youth Convention 준비를 위한 change maker(스텝) 교육이 오후 2시 30분부터 국민대학교에서 있었고, 아직 전체일정이 채 끝나지 않은 저녁 6시쯤.. 삼삼오오 서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꺼낸 "바다 가고싶다~" 이 한마디에 그 삼삼오오 중 나를 포함한 딱 세명이 무박2일 번개 강릉행을 결정했다.  

8월 22일 자정, 일단 출발~
일단 강릉을 목표로 출발했으나, 네비게이션에 나타난 총 이동시간이 10분 더 짧다는 이유와 영동고속도로 타기 싫다는 드라이버의 강력한 의지로 출발 5분만에 목적지를 속초로 급 변경.....

새벽 3시 30분 경, 속초 도착!
속초해수욕장 도착! 차 뒤쪽에서 신나게 자다가 깨니 어느새 도착했단다. 졸음에 눈이 천근 만근이었지만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짭짤한 바닷바람 냄새와 한밤중인데도 왁자지껄한 늦여름 여행객들의 소리에 잠이 확 깬다. 그런데..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바다를 보고싶었던건데 사람이 너무... 많....... 다....;;;; 
바다냄새+술냄새+폭죽 화약냄새+시끌시끌한 사람들소리 = 다른장소로 이동!


고기잡이 배를 따라서..

인적 드문 등대 앞 바다로 이동, 바닷물에 발 담그고 놀던 우리는 저 멀리에 고기잡이 배가 몇 척 지나가는걸 보았다. 배 위에서 어부아저씨들이 말하는 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해안까지 들려왔다. 한참 그러고 놀다가, 배가 선착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배 들어오는게 보고싶어서 우리는 또 무작정 선착장으로 향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새벽 선착장에 도착하니.. 마침 때를 제대로 맞췄는지 고기잡이 배들이 계속 들어온다. 들어와선 밤새 잡은 고기를 도랑처럼 생긴 경매터(?)에 내리기 시작했다.

새벽, 물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낮게 담벼락 같은게 길게 있고, 양쪽으로 이 또랑같이 생긴 물길이 있다. 이 물길 위에 물고기가 담긴 노란 통을 올려놓고 여기서 활어 경매가 진행된다. 선착장에 배가 다 들어오고, 물고기가 다 내려지고, 시간이 되면 바로 옆의 횟집(아래 사진) 주인들이 그 날의 장사꺼리를 사기 위해 경매터로 몰려든다. 담벼락같은 중앙에 경매꾼들(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음)이 올라서서 경매를 진행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조금 아쉬웠다. 난생 처음 보는 활어 경매라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경매터 바로 옆에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들.

우리의 번개 여행을 주도한 깡. 밤 바다와 고기잡이 배가 신기한듯이 한참 쳐다보았다. 내가 사진기술이 좀 더 있었으면 멋지게 찍어줬을텐데...
그래도 나름 분위기는 좀 난다.

신기한건, 어선마다 다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다. 배마다 뒷머리에 저렇게 해서체같은 글씨로 이름이 써있었는데, 그 중에 '춘정'이라는 배 이름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 정겨워서 셔터를 눌렀다. 물결에 배가 출렁이고 있었는데, 다행히 글씨는 흔들리지 않고 잘 나왔다.

저 배의 주인은 배를 아끼는 마음에 춘정이라 이름 지었을까, 아니면 젊었을 적 사랑한 연인을 생각하며 이름 지었을까... ? 왠지 김효석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과 비슷한 느낌의 사연이 있을것만 같았다. 


동해바다 일출을 기다리며...
선착장에서 배가 들어오는 쪽 반대편으로 높다랗게 둑이 쌓여있었는데, 사진 동호회에서 단체 출사를 나왔는지 저렇게 자세 잡고 해 뜨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선이 드나들때도 아마추어 사진작가 포스를 풍기는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더니, 어느새 저렇게 촬영 포인트를 잡고 섰다.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허락도 안 받고 그 분들을 찍었다. 얼굴 안나오니까.. 초상권 괜찮지요? ^ ^

 사람들이 다 이쪽을 이렇게 찍길래.. 뭔가 있나보다 하고 우리도 따라서 찍어봤다. 음.. 뭐 봐줄만은 한데, 아마 저 분들이 찍은 사진은 뭔가 이 사진과 질적으로 다를거라는게 안 봐도 비디오. '내년엔 좀 더 연마해서 나도 삼각대와 카메라 들고 다시 와야지..'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함께했던 이들 
해 뜨길 기다리며, 시원한 바닷가에서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사진찍기놀이가 역시 최고! 내가 쿨쿨 자는동안 한 분은 운전하랴, 한 분은 옆에서 좋은데 찾으랴 한 숨도 안자고도 정말 거뜬하게 잘 논다 ^ ^


드디어, 해가 떠오릅니다..
물고기 경매 구경하고, 신나게 사진놀이 하는 동안,, 어느새 동이 터오고 있었다. 컴컴했던 선착장이 많이 밝아졌다.

아.... 
"보라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 이 노래의 가사는 누가 지었을까?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일렁일렁... 고요한 수평선 너머에서...  
지리산 꼭대기에서 보았던 일출과는 또 다른, 난생 처음 보는 해돋이였다.

갑자기 떠난 번개여행의 새벽, 너무나 많은 선물을 한꺼번에 받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