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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종족주의 : 2019년 가을의 대한민국에서 반일을 반대하는 글을 읽기 시작하다. 본문

책 이야기

반일 종족주의 : 2019년 가을의 대한민국에서 반일을 반대하는 글을 읽기 시작하다.

꿈꾸는잠팅이 2019. 9. 1. 23:54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매대를 일부러 지나쳤던 적이 있다. 

베스트셀러를 산다는 것이, 왠지 남들 다 읽는 책 따라 읽는 것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따라 읽어도 좋은 책을 따라 읽으면야 나쁠 것이 없으나, 당시 나는 아마도 베스트셀러란 책들이 왠지 '잘 팔리게 쓴' 책이지 딱히 양서가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나름의 뇌피셜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편견은 없으나, 최근에는 서점에 가서 둘러보며 책을 고르기보다는 미리 사고 싶은 책을 먼저 정해두고, 서점에 가서 확인 후 사는 경우가 더 많다. 책세상 간 김에 구경하다가 건지는 책도 물론 있고.

여하튼 오늘은, 미리 예약해 두었던 플라워클래스 전에 두 시간이나 시간이 남아 잠시 들른 교보에서 베스트셀러 매대에 떡하니 자리 잡은, 제목이 전혀 베스트셀러처럼 안 생긴? 책을 한 권 집어 들었다.

"반일 종족주의"  

제목만 보면 언뜻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는 책이었다. 앞표지를 보니 제목 위에 작은 글씨로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이라고 쓰여 있다. 흠, 반일 종족주의가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이라. 

사실 이 책을 그냥 택한 것은 아니다. 아는 분께서 추천하셨던 것이 책 제목을 본 순간 어렴풋이 기억이 났던 것. 그리고, 앞표지의 부제를 보니 대충 책의 방향이 감이 오면서, 살짝 심호흡을 하게 된다. '극우적 내용일까? 극우까지는 아니어도 보수적인 내용이겠네.' 하는 마음과 함께. 

목차를 훑어보면서 느낀 감정은 뭐랄까, 책을 읽기에 앞서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금서를 접하면 이런 마음일까? 약간 떨리고, 긴장된다. 뭔가 내가 나쁜 짓에 발을 내딛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목차가 이런 식이었다. 

식량을 수탈했다고? // 조선인 임금 차별의 허구성 // 쇠말뚝 신화의 진실 // 을사오적을 위한 변명 //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

일제시대에 우리나라가 식량을 수탈당한 것은 지당한 사실인데, 아니라고?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고 우리나라 곳곳에 일제가 쇠말뚝을 박았다는 뉴스 기사도 책 내용도 생생히 기억나는데, 이것도 아니라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논의의 여지가 필요 없는, 우리 민족이 학대당한 가장 명확한 흔적인데 여기에 다른 진실이 있다고?

이.게.당.췌.무.슨.소.리????  

이쯤 되고 보니, 오히려 읽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무슨 내용인지, 직접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NO 아베' 'NO 일본' 구호로 뒤덮인 이 맑은 초가을날 오후에,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하는 책을 펴 들고 말았던 것이다. (이 책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광역버스 안에도 'NO 일본'구호가 붙어있었다. 버스노조의 이름으로.) 

오늘은 소제목 3편을 읽었는데, 그중 식량수탈에 대한 내용이 특히 충격적이었다. 아리랑(조정래 장편소설)에 대한 비판적 내용은 사실 근거 제시 없이 주장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군데군데 들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설득력이 있었다.) 식량수탈이 수탈이 아닌 수출이었음을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기가 막혔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속이고 속는 것이 가능할 수가..  일본은 우리나라의 물자를 수탈하고, 약탈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을 핍박하고 고통스럽게 했던(적어도 일제 강점기에는) 그런 비열하고 비도덕적인 나라인 것이 당연한 사실이었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의 역사학과 사회학은 거짓으로 점철되어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거짓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오래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온 국민과 온 나라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아직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아니, 동의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동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나는 아직, 아무 것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이 책을 통해서 지금껏 당연하다 생각해 온 것 들에 대한 전혀 다른 관점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나는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게 될까. 

이래서 한 권의 책이 무섭다. 흐미... (그래도 쉽게 읽히고, 흥미로우며, 무엇보다 내가 보다 성숙한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긴 하다.)